"미국 신용도 여전히 세계 최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 백악관 연단에 다시 올라섰다. 지난달 31일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협상이 타결된 직후 성명을 발표한 지 9일만이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조정한 후 사흘만이다. 부채협상 장기화로 인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고, 이에 뉴욕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자 긴급히 ‘진화’에 나선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 마련된 연단 앞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신용도가 여전히 세계 고 수준임을 여러차례 강조하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의 귀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만약 AAAA등급이 있다면 미국에 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직접 인용하며, “나와 전세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여전히 우리의 신용도가 AAA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뭐라고 말하든 미국은 여전히 AAA 등급 국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역설, 듣기에 따라서는 S&P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근 부채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권의 ‘당파 논쟁’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결정 배경으로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연방부채 상한 증액을 둘러싼 수개월간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정치 시스템의 무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S&P가 지난 5일 발표자료를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강등 요인으로 지목한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정치권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급하게 ‘불끄기’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성명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